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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또 걷다 보면
어쩌다 보니 괴팅겐에서 어학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스스로 선택했지만, 하노버는 왠지 집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대신 하노버랑 그리 멀지도 않으면서 조용한 소도시인 괴팅겐을 선택했다. 구글링을 해보면 "괴테, IIK, 탄뎀, VHS, Diakonie Migrationszentrum" 등에서 독일어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그 중에서 나는 IIK랑 VHS에 다녔었다. 1. IIK Göttingen : 괴팅겐 대학 건물을 빌려서 수업을 운영한다. 하지만 대학 부설 어학원은 아니다. 다만, 괴팅겐 대학 재학 중이면 연계된 독일어 강좌를 들을 수 있다. 한 강좌당 6주로 운영되고, A2부터 C1, DSH/TestDaF 준비반까지 수강 가능하다. 다음 반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2~3번의 지필(독해, 문법, ..
3월 6일 (금) _ 시험 당일 아침에 늦지 않으려고 평소보다 일찍 누웠다. 참 희한하게도 눈이 너무 말똥말똥. 어찌어찌하다가 겨우 잘 수 있었다. 하필이면 시험 치는 주에 집 근처 버스정류장이 폐쇄돼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다른 정류장으로 가야 됐다. 평소라면 20분 간격으로 있는 버슨데 이날 따라 배차간격이 꽤 컸다. 하늘은 꿀꿀했고, 버스엔 등교하는 초등학생들로 가득했다. ZHG에 도착하니 벌써 시험 보러 온 사람들이 보였다. 같이 시험 준비반 들었던 친구들도 보이고... 좀 있으니 S도 도착해서 근처에서 같이 요약정리한 거 읽어보고 그랬다.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입구에서 가족 성 알파벳 순서로 접수대를 나눠서 수험표를 나눠줬다. 꾸물거리다 거의 맨 뒷줄에서 대기하고 있어서 시험 자리도 맨 뒤..
어느덧 출국일이 가까워졌다. 원래라면 서류준비를 다 끝냈어야 하는데 미루다가 결국 인제 와서야 준비하고 말았다.우선 찾아간 곳은 시청역 인근에 있는 교육과정 평가원.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는데 낭만은커녕, 후텁지근한 날씨 맥이 빠졌다.조금 걸어가면 금방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꽤 오래 걸었다. 아마도 내 체력이 달리는게 한몫했겠지..건물에 도착하니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많았다. 그 속에서 나는 청바지에 백팩 차림... 뭔가 뻘쭘했다. 서류를 발급받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종로구청! 알고 보니 지하철 한 정거장 차이여서 걸어갔어도 됐는데 나는 바보같이 지하철을 탔다. 아.. 아까운 교통비 ㅠㅠ서울살이가 몇 년인데 길을 못 찾아서 한동안 허둥대다 다행이도 잘 찾아갈 수 있었다. 종로구청 민원실에 사람이 ..
지난주에 기숙사를 배정받았다. 1순위로 지망한 곳에 당첨? 됐다는 기쁨도 잠시 메일로 보낸 계약서에 서명하고 다시 메일로 보내달라는 Studentenwerk 담당자의 말. 열심히 17장 하나하나 스캔 떠서 보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미안하지만, 네가 보낸 파일이 안 열려." 그 이후로도 몇 번을 스캔해서 보내도 파일이 안열린다는 담당자의 답장만 계속 받았다. 머리를 굴리다가 마지막 방법으로 어도비 프로그램을 다시 깔고 17장의 서류를 땀 뻘뻘 흘려가며 스캔해서 메일로 보냈다. 그전까지는 답장도 꼬박꼬박 왔는데 갑자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에이~ 금요일이어서 그런가? 하며 넘겼는데 이상하게 답이 없어서 어제 다시 장문의 메일과 스캔본을 다시 첨부해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어젯밤 늦게 기숙사 계약..
5일 전에 지난달에 쳤던 ZD 시험 결과가 나왔다. 독일 가기 전까지 그냥 시험 안 볼걸... 아아아아아 시험 때 듣기는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잘봤고, 만족스럽다고 느꼈던 말하기 시험은 완전 망했다. 독해랑 쓰기는 그럭저럭. 결과는 실망스럽지만 여기서 주저앉지 말고 계속 시도해보는 수밖에... 아직 시작 단계고 그동안 내가 뭘 잘못해왔는지 파악하면서 계속 공부하자!!!
펜팔을 처음 접한 건 중학교 2학년때다. 반 친구 중 한 명이 외국인 친구가 생겼다며 나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하지만 한 번도 해외에 나간 적 없는 친구가 외국인 친구가 생겼다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알고 보니 펜팔 사이트에서 그 친구를 알게 됐다고 했다. 그 날로 나는 검색창에 해외펜팔을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찾은 한 사이트에서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양한 프로필을 가진 전 세계의 사람이 그 사이트에 모여있었다. 사이트는 모두 영어로 되어 있어서 한참을 헤매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일본인에게 쪽지를 보냈다. 그때는 한창 일본어에 꽂혀서 일본인 친구를 사귀고 싶었다. 정말 무수히 많은 일본인에게 쪽지를 보냈지만, 그 누구에게도 답변을 못 받았다. 그러다 한 일주일쯤 지났을 무..
1년 만에 친구 C를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C를 알게 된 건 작년 이맘때쯤 독일에서 열린 워크캠프였다. 난생처음 한국을 떠나서 독일이라는 먼 땅에서 나는 정말 막막함을 느꼈다. 워크캠프의 멤버들도 대부분이 유럽 출신이었고 우연의 장난인진 모르겠지만 스페인 2 독일 2 러시아 2 이렇게 같은 국가에서 온 사람들끼리 짝을 이뤘다. 그 속에서 나는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C가 오기 전까지는... C의 첫인상은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전문가 포스를 풍기며 어딘가 모르게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서로의 나라는 달랐지만, 오직 같은 동양인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3주라는 기간 동안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특히, 나는 영어로 대화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C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그 ..
계속 이런 생각이 든다.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나보다. 하고자 하는 바를 달성하니 언제 봤냐는 듯 쌀쌀맞게 군다. 끝까지 존중해주려고 했는데 상대의 반응은 냉랭하다. 물론 나한테도 잘못은 있겠지. 믿었는데 그 믿음의 결과는 그렇게 좋지 못한 것 같다. 돈 이상의 가치는 없는 걸까? 대화를 시도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그냥 이렇게 상황이 흘러 가는데로 내비둬야겠지? 뭔가 아직도 마음 한켠이 찜찜하다. 내 의도는 그게 아닌데 말로도 글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이 답답하다. 나는 아직도 한 참 멀었나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게 말처럼 그리 쉽지 않은 듯하다. 떠난 인연이나 여기 남아있는 나나 앞으로 좋은 일만 있기를......